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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

[소설] - 엄마를 부탁해

by 수인분당선 2024.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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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지음: 신경숙

출판: 창비

 

요근래 이것저것 일이 많아져 책을 접할 기회가 적었었습니다. 

책이 없어도 크게 일상생활에 문제는 없었지만 뭔가 결핍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일상에 나사 하나가 빠진 기분이고,, 딸기케이크에 딸기가 없는 느낌이고,,

그래서 오랜만에 책을 읽고자 도서관에 방문했습니다.

오랜만에 읽는만큼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한국현대문학이었으면 좋겠고, 챔에 감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아보았고, 찾아보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이 책 '엄마를 부탁해'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도서 후기

줄거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버지는 어머니를 두고 기차를 타버립니다. 그렇게 가족은 돌연 어머니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어머니는 이미 치매와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동시에 누군가의 도움 없이 도시를 돌아다녀보신 적이 없었기에 스스로 집을 찾아올 수 없었습니다. 가족은 모두 전단지를 돌리고, 어머니가 계실 만한 지역을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찾아보지만 찾아봅니다.

몇몇 제보를 통해 어머니가 머물렀던 곳들로 찾아가보면 그 공간들은 모두 가족을 위해 어머니가 방문했던 추억의 장소들이었고, 그런 어머니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가족들은 어머니의 가족에 대한 헌신을 회상하고, 그런 어머니에게 자신이 취했던 행동과 태도를 돌아보며 후회하고 속죄합니다. 

구성

매 챕터가 각 가족의 시점으로 나뉘어집니다. 아버지, 첫째아들, 둘째딸,, 그리고 어머니의 시점으로 나뉘어집니다. 전체적으로 구성부터 책의 글 간격, 여백 등 모든것이 아주 전형적이고 모범적인 소설책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의 분량도 280여 페이지로 소설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길지 않은 적당한 분량이고, 마지막에 해설까지 첨부되어 있어 소설을 처음 접하는 입문자에게도 아주 적절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인상깊었던 구절

결코 어떤 독자들도 피해갈 수 없는 주제였기에 그만큼 많은 공감과 이입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구절 하나하나가 심장에 비수를 꽂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구절들 중에서도 저에게 있어서 가장 많은 생각이 들게 한 구절 두가지를 뽑아보았습니다.

첫 번째 구절에서는 저의 행동과 태도에 대한 반성이 들게 하였고, 두번째 구절에서는 어머니라는 존재의 자식을 향한 대가 없는 사랑이 느껴져 감동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아직도 두번째 구절은 볼 때마다 눈물이 찔끔 나옵니다 ㅠ

지난가을까지만 해도 너는 너의 엄마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엄마가 화났을 때 어떻게 해야 누그러지는지, 엄마가 무슨 말을 듣고 싶어하는지, 누가 지금 엄마가 뭘 하고 있는지 아느냐고 물으면 고사리를 말리고 있을걸요, 일요일이니 성당에 가셨겠는데, 십초 내에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너의 생각은 지난가을에 조각이 났다. 엄마에게 너란 존재가 딸이 아니라 손님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 것은 엄마가 네 앞에서 집을 치울 때였다. 어느날부턴다 엄마는 방에 떨어진 수건을 집어 걸었고, 식탁에 음식이 떨어지면 얼른 집어냈다. 예고 없이 엄마 집에 갈 때 엄마는 너저분한 마당을, 깨끗하지 못한 이불을 연방 미안해했다. 
냉장고를 살피다가 네가 말려도 반찬거리를 사러 시장엘 나갔다. 
가족이란 밥을 다 먹은 밥상을 치우지 않고 앞에 둔 채로도 아무렇지 않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관계다.
어질러진 일상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엄마 앞에서 네가 엄마에게 손님이 되어버린 것을 깨달았다.

- 엄마를 부탁해 [어쩌면 너는 그보다] -
사랑하는 내 딸. 몸이 내 뜻을 따라주지 않았으나 정신이 맑을 땐 네 생각을 많이 했고나.
이제 걸음마를 뗀 막내까지 세 아이를 길러야 할 너를, 네 인생을.
그럴 때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란 고작 김치를 담가 부쳐주는 거밖에 없다는 게 참 미련스럽게 느껴지곤 했다. 네가 아이를 안고 시골집에 왔을 때, 신발을 벗으면서 어마, 내가 양말을 짝짝이로 신었네, 하고 웃을 적에 이 애민 가슴이 미어졌어야. 얼마나 정신없이 살면 그 깔끔하던 네가 양말도 제대로 짝 맞춰 신을 시간이 없나 싶어서. 간혹 정신이 맑아질 때면 너와 네 아이들을 위해 해야 할일이 생각났어. 그때면 살아갈 의욕이 생기기도 했었는데... 이리되었네.
내가 신고 있는 굽이 다 닳아버린 파란 슬리퍼를 벗고 싶어. 내가 입고 있는 먼지투성이 여름옷도. 이제는 나도 이게 나인지 알아볼 수 없는 이 몰골에서도 벗어나고 싶어. 머리통이 깨지는 듯하고나.
자, 얘야. 머리를 들어보렴. 너를 안고 싶어. 나는 이제 갈 거란다. 잠시 내 무릎을 베고 누워라. 좀 쉬렴
나 때문에 슬퍼하지 말아라. 엄마는 네가 있어 기쁜 날이 더 많았으니.

- 엄마를 부탁해 [또 다른 여인] -

내용

모든 챕터에서 화자를 각기다른 명칭으로 부릅니다. 딸은 "너는", 아들은 "그는", 아버지는 "당신은"이라고 칭합니다. 각자의 상황을 챕터로 나누어서 전개하는 방식은 대부분의 책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지만 이런식으로 각 챕터의 화자를 각기다른 방식으로 부르는 경우는 처음보았습니다. 그 명칭들은 아마도 어머니가 그 화자들을 부르는 명칭이었을 것 같습니다. 각 챕터의 주인공에 독자가 더 깊게 이입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런 부분마저 신경을 기울이며 글을 썼다는 게 너무 경이로웠던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누구든 살아가면서 반드시 가슴 속에 깊이 새겨두어야하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좋은 책입니다.


구성  ⭐️ ⭐️  ⭐️ ⭐️ ⭐️
내용 ⭐️ ⭐️ ⭐️ ⭐️ ⭐️
내취향 ⭐️ ⭐️ ⭐️ ⭐️ ⭐️ 

역시 명작은 믿고봐야하는 것 같습니다. 누워서 읽다가 마지막 챕터에서 배게를 다 적셔버렸습니다..  

책을 다 읽어갈 때쯤이면 제목부터 모든 구절들이 어머니라는 존재 하나로 연결되는 듯한 모습에 전율이 흘렀습니다.

다른 책들은 결말을 알게되면 결말을 알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등 처음 보았을 때의 감정이 가장 강렬할 것 같지만 이 책만큼은 오히려 결말을 알기에 더 두 번 세 번 읽었을 때 더 큰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저는 이 책을 다시 들었을 때의 감정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아마 두 번 책을 읽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매번 좋은 책을 읽을 때마다 꼭 살면서 한 번 쯤은 읽으면 좋겠다~ 라고 언급하고는 합니다.

물론 그런 책들은 당연히 훌륭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얘기했지만

이 책만큼은 정말 꼭 읽어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늦어지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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