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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

[소설] - 소년이 온다

by 수인분당선 2025.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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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강
출판:창비


한강이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한동안 국내 서점, 출판사들이 굉장히 떠들썩했습니다

일전에 한 번 한강의 소설 중 하나인 “채식주의자”를 읽으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으나 누군가 책에 우유를 쏟은 건지 책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집중을 하기 힘들어 초반 몇 페이지 만에 다시 반납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들려왔고, 그 이후 한강의 소설책을 빌리기란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빌리는 건 포기하고 책을 사자고 생각하며 서점에 들렀으나 서점에서까지 책이 품절이라는 소식을 듣고는 한동안 이 책을 접하기는 어렵겠다.. 생각하고 기다리다가 이제야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원해서 책을 사긴 했으나 책을 펴기 전까지는 이 책에 대한 일종의 반발심이나 거부감 따위의 생각들이 많았습니다.
이제껏 나온 다른 훌륭하고 재미있는 책들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오직 수상만 듣고 허겁지겁 달려오는 모습이 너무 기괴해 보였고, 그 때문에 제가 겨우 책을 구할 수 있었다는 사실까지 전부 싫었습니다.

sns에 자극적인 내용으로 책을 홍보하고 책 내용을 구성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처럼,
문학이라는 장르 자체가 이 수상이라는 성과로 인해 또다시 사람들의 짧고 단순한 유행이나 자극으로만 치부되게 할 것 같아 괜히 미워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자극을 기대하고 책을 편 사람들조차 문학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 표지부터 뒷면의 서평까지 꼼꼼히 읽었습니다. 반감과 같은 못난 감정을 지니고 읽기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서평을 읽은 순간부터 책에 대한 기대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그리고는 첫 장부터 마지막장까지 단 한 글자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눈을 떼지 않고 꼼꼼히 책을 읽었습니다.


구성

표지는 안개꽃이 가득한 사진입니다. 안개꽃은 색상별로 꽃말이 다르지만 이 표지에 사용된 하얀 안개꽃의 꽃말은 “맑은 마음, 사랑의 성공“을 뜻합니다.
왜 하필이면 이런 꽃말의 안개꽃을 선택했을까 싶었는데 사실 안개꽃은 ”무죄”, “죽음과 슬픔“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두 가지의 숨겨진 꽃말 키워드가 이 책의 중점적인 내용을 정확하게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책 구성 자체는 다른 보통의 책들과 크게 다를 것 없이 평범합니다. 전체적으로 길이도, 글씨크기도 모든 게 읽기에 수월하고 불편함이 없습니다.


줄거리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광주항쟁에 대한 이야기를 챕터마다 다른 등장인물의 시점에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1장에서는 동호가 같은 집에 살고 있던 친구 정호를 찾아 죽은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보호하며 정호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다가 군인들에게 습격을 당하게 됩니다.
2장에서는 이미 죽은 정호의 영혼이 시체더미에 깔려있는 자신의 시체를 보며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고 죽은 자들의 영혼과 교류합니다.
3장에서는 출판사에서는 일하다가 경찰에게 잡혀 심문을 당하던 도중, 뺨을 맞은 트라우마와 함께 5월의 민주항쟁이 끝난 이후에도 고통을 잊지 못하고 있는 은숙의 이야기입니다.
4장에서는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잡혀가 경찰서 내부에서 군인에게 두들겨 맞고 고문당했던 상황을 전합니다.
5장은 항쟁이 끝나고 10년이 더 지나 그 당시에 고문을 받고 괴로웠던 상황에 대한 증언을 요청받았지만 그날의 상처를 들추기를 괴로워하고 잊지 못하고 있는 선주의 이야기입니다.
6장은 1장에 등장한 동호를 먼저 하늘로 보낸 동호의 엄마가 동호를 그리워하고 그 사건을 원망하고 슬퍼하고 애도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소재는 그것을 택하는 일 자체가 작가 자신의 표현 역량을 시험대에 올리는 일일 수 있다. 한국문학사에서 ‘80년 5월 광주’는 여전히 그러할 뿐 아니라 가장 그러한 소재다. 다만 이제 더 절실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응징과 복권의 서사이기보다는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의 서사일 것인데, 이를 통해 한국문학의 인간학적 깊이가 심화될 여지는 아직 많다.
[소년이 온다]는 한강이 쓴 광주 이야기라면 읽는 쪽에서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다고 각오한 사람조차 휘청거리게 만든다. 이 소설은 그날 파괴된 영혼들이 못다 한 말들을 대신 전하고, 그 속에서 한 사람이 자기 파괴를 각오할 때만 도달할 수 있는 인간 존엄의 위대한 증거를 찾아내는데, 시적 초혼과 산문적 증언을 동시에 감행하는, 파울 챌란과 쁘리모 레비가 함께 쓴 것 같은 문장들은 거의 원망스러울 만큼 정확한 표현으로 읽는 이를 고통스럽게 한다. 5월 광주에 대한 소설이라면 이미 나올 만큼 나오지 않았느냐고, 또 이런 추천사란 거짓은 아닐지라도 대개 과장이 아니냐고 의심할 사람들에게, 나는 입술을 깨물면서 둘 다 아니라고 단호히 말할 것이다. 이것은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이다.

-신형철 문학평론가




신기하게도 책 자체가 충분히 강렬하고 인상 깊었지만 저는 오히려 이 책 보다도 책 뒤에 남겨져있던 이 추천사가 책을 읽기 전부터 읽은 후의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뭔가 책을 읽고 느낀 것들이 이 추천사 하나로 쉽게 함축이 가능했습니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에는 울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울음을 꾹 참으며 책을 읽었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저 그런 상황을 보고도 안타까워만 할 수밖에 없는 게 괜히 죄송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지만,, 그만큼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정말 그 시절을 살아온 것 같은 생생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4번째장 쇠와 피에서부터는 참기가 힘들어 그냥 포기하고 울면서 책을 봤습니다 ㅋ

이 외에도 80년대의 그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내가 누나니까, 친구니까, 국민이니까,
자신의 역할과 직책에 책임을 다하고자 이를 악물고 살아가고, 한순간이 미워도 항상 서로를 위하고, 따뜻한 밥 한 끼, 이불 한 장 더 덮어주고 싶어 하는 그런 마음이 너무 따뜻하고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잡혀가고 총을 맞고 구타를 당해 죽고, 고문당했을 때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아 힘들었습니다.

뭔가 여러 복잡한 감정이나 생각이 많이 들었었는데
막상 책을 덮고 자세히 글을 쓰고자 하니 구구절절 사사로운 말만 써지고 잘 안 써지는 것 같습니다..

뭔가 좋았다.. 이런 부분이 슬펐다..라고 이야기하기보다는 그냥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접해봤으면 좋겠고, 많은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고,
이 책을 매개체 삼아 지금 제가 글로 써지지 않은 이 많은 감정들이나 생각들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구성 ⭐️ ⭐️ ⭐️ ⭐️ ⭐️
내용 ⭐️ ⭐️ ⭐️ ⭐️ ⭐️ ⭐ ⭐️ ⭐️ ⭐
내취향 ⭐️ ⭐ ⭐ ⭐️ ⭐️ ⭐️ ⭐ ⭐️ ⭐️

제가 감히 평점을 써봐도 되나요…?
비록 책은 다 읽었지만 두고두고 자주 꺼내 읽어볼 것 같습니다. 표현 자체도 정말 좋고 문장 하나하나에 한이 담겨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대출이 아닌 소장을 선택하길 참 잘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솔직히 몇 개 뽑기가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문장들이 기억에 남지만 인상 깊었던 구절 몇 가지를 뽑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간이란 것을.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선생도 인간입니다. 그리고 나 역시 인간입니다.
날마다 이 손의 흉터를 들여다봅니다. 뼈가 드러났던 이 자리, 날마다 희끗한 진물을 뱉으며 썩어 들어갔던 자리를 쓸어봅니다. 평범한 모나미 검정 볼펜을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숨을 죽이고 기다립니다. 흙탕물처럼 시간이 나를 쓸어가길 기다립니다. 내가 밤낮없이 짊어지고 있는 더러운 죽음의 기억이, 진짜 죽음을 만나 깨끗이 나를 놓아주기만을 기다립니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우리는 총을 들었지.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그에게 대꾸하지도 않았습니다.
그게 우릴 지커줄 줄 알았지.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는 일에 익숙한 듯, 그는 술잔을 향해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하지만 우린 그걸 쏘지도 못했어.

스스로가 용감하지도, 강하지도 않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다.
당신의 선택은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쪽이었다. 경찰의 발에 아랫배를 밟혔을 때 노조를 떠났다. 교도소에서 나온 뒤 성희 언니를 따라 얼마간 노동운동에 몸담았지만, 성희 언니와 달리 온건한 실무만을 맡았다. 그녀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격이 다른 단체로 옮겨왔고, 깊이 상처 입히는 길이란 것을 알면서 다시 그녀를 찾지 않았다. 지금 당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에 담긴 후대용 녹음기와 테이프를, 결국 화요일 아침 우체국에 들러 윤에게 반송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당신은 안다. 그해 봄과 같은 순간이 다시 닥쳐온다면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초등학교 때 피구 시합에서 날쌔게 피하기만 하다 결국 혼자 남으면 맞서서 공을 받아쳐야 하는 순간이 왔던 것처럼. 버스에서 터져 나오는 여자애들의 쨍쨍한 노래에 이끌려 광장으로, 총을 든 군대가 지키는 광장으로 걸었던 것처럼. 끝까지 남겠다고 가만히 손을 들었던 마지막처럼. 희생자가 되어선 안돼,라고 성희 언니는 말했다. 우리들을 희생자라고 부르도록 놔둬선 안돼. 눈을 뜬 달이 침묵하며 옥상의 여자애들을 내려다보던 봄밤이었다. 그때 입속에 복숭아 조각을 넣어준 사람이 누구였던가? 당신은 기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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