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 증명
최진영
출판: 은행나무
최근 국내 작가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아주 큰 화재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노벨상 수상 이전에 한 번 한강 작가의 소설 중 하나인 “채식주의자”를 읽으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으나, 누군가 우유를 책에 쏟은건지 책에서 악취가 나서 책을 다 읽지 못하고 다시 반납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들려오고 그 이후로 도서관에서 한강 작가의 책을 빌리기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아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한 번 한강 작가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서 도서관 대신 서점에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도서관 뿐만이 아니라 서점에서까지 책은 품절로 인해 구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여기저기 책을 둘러보다가 “구의 증명”을 발견했습니다.
이전부터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아껴뒀던 책이어서 마침 잘됐다는 생각으로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구성
두꺼운 표지와 함게 가로가 조금 짧은 책입니다.
글자수나 간격이 생각보다 큰 편이기도 하고, 페이지 수 자체도 그렇게 많지 않아 하루면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두 명의 주인공이 나오며, 두 주인공을 검은색 공과 하얀색 공으로 표기하여 구분짓습니다. 챕터식 구성도 아니고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기에 완전히 시간순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생각보다 흐름이 잘 읽힙니다.
그만큼 구성적인 면에서는 독특하면서도 읽기쉬운 구조입니다.
줄거리
구와 담이 존재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구와 담은 아는 사이였습니다. 처음엔 그저 서로 짖궃은 장난을 치는 친구사이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서로 특별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됩니다.
그 사이를 시기질투하던 한 아이가 둘 사이를 희롱하고 비난하자 이를 참을 수 없던 구는 싸움을 벌이고, 그 일 이후로 둘은 멀어집니다.
몇년 후 담은 중학생이 되었고, 가정에 빛이 많았던 구는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몇년 보지 못하는 순간에도 서로는 계속해서 서로를 생각했습니다.
매일 밤 서로의 집에서 서성이고 기다리던 나날 중에 구의 집 앞에 서있던 담과 집으로 돌아오던 구는 다시 재회합니다.
이후로는 매일같이 함께 귀가했고, 우연히 알게된 공장직원의 아들인 어린아이 노마와 친해져 셋이 함께 어묵을 먹고 귀가를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노마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게되었고, 그 순간을 계기로 서로를 보면 노마가 생각날까봐라는 두려움에 구와 담은 다시 멀어지게 됩니다.
그동안 구는 공장에서 새로운 여자를 만나 의탁하였고, 그 순간마저 담을 생각하다가 20살이되어 도망치듯 군대에 입대하였습니다.
담은 부모와도 같은 존재인 고모를 병으로 보내고 정신적으로 힘든 순간을 보냅니다.
구가 제대한 후, 부모는 구에게 빛을 남기고는 어디론가 떠나버렸고 담의 생각이 난 그날 담을 찾아갑니다.
구와 담이 다시 한 번 만난 그날 담은 곧바로 함께 살자고 제안합니다.
부모님의 빛을 떠안게 되어버린 구는 담을 데리고 어떻게든 살아보려 집을 옮겨다녀보지만 계속해서 쫓아오는 사채업자로 인해 점점 지치게 됩니다.
지방 곳곳에 정착하려 도전하다가는 급기야 아무도 살지 않는 산골에 보금자리를 겨우 마련했지만 이마저도 사채업자들에게 발각되어 구는 사채업자들에게 얻어맞고 고문당합니다.
그런 망가진 몸으로 사채업자들에게서 벗어나려는 구는 교통사고까지 당하게 되면서 차가운 길바닥에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담은 길바닥에 죽어있는 구를 데리고 와서 천천히 구를 하나하나 뜯어먹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구와 담은 온전한 하나가 되고, 책은 마무리를 짓습니다.
나는 너를 먹을거야
너를 먹고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을 거야
우리를 사람 취급 안 하던
괴물같은 놈들이 모조리 늙어죽고
병들어 죽고 버림받아 죽고
그 주검이 산산이 흩어져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도
나는 살아 있을 거야
죽은 너와 끝까지 살아남아
내가 죽어야 너도 죽게 만들거야
책은 처음부터 차가운 길바닥에 놓인 구를 데리고 와 그를 천천히 씻기고 담이 그런 구를 하나씩 뜯어먹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처음 50페이지까지 읽어내려다가 잠깐 책을 읽기를 주저했습니다.
책의 주제나 표현, 내용 자체가 충격적이기도 해서 그런것도 있지만 그런 부분들보다는 무엇보다 그 문장에 담긴 감정이 너무 짙고 무거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책을 떠올리면 뭔가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뒤틀린 감정이 새어나오기도 하고 힘들어서 사실 후기를 쓰지 않을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이런 느낌을 일전에 딱 한 번 받은 적이 있는데, 그건 서울의 한 미술관에서 현대미술 전시를 감상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그 전시에서도 몸을 이것저것 자르고 오리고 토막내고, 예술로 형상화시키는 등의 작품들이나, 성적인 요소들이 다수 들어있거나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영상과 같은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솔직하게 작품 자체를 봤을 때에는 막연하게 해서는 안될 것들을 해놓고 예술로 포장하는 느낌도 들고, 심하게 말하면 그저 역겹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저 역겹기만 했다면 그 순간에만 혐오하고 지나가면 될텐데 어째서인지 그 작품들은 며칠이 지나도 머릿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왜일까 고민해봤는데 이 책을 보면서 조금 깨달았습니다.
저는 작가가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표현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어떤 감정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게 진정한 의도였지 않을까하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인터넷을 통해 책을 접한 여러 사람들의 후기들이 모두 입을 모아 다소 당황스럽고도 충격적이라고 하지만 동시에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에 모두 도달하는 걸 보니 이 표현법이 상당히 잘 들어맞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는 식인이라는 행위를 통해 이런 식인이라는 행위보다 잔인하고 차가운 세상을 전하는 동시에 사랑한다는 말뿐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사랑을 표현하고자 하였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평점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성 ⭐️ ⭐️ ⭐️ ⭐️ ⭐️
내용 ⭐️ ⭐️ ⭐️ ⭐️
내취향 ❓❓❓❓❓
생각보다 깊이있고 좋은 문장들이 정말 많습니다. 솔직히 문장들만 따로 보면 개인적으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책입니다.
특히 인상깊었던 건 역설법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 있는데 여기에 없다, 살아있지만 살고싶다, 사랑이지만 사랑이아니다, 글을 쓰고있지만 글을 쓰고싶다… 등 문장의 처음부터 작가의 말까지도 이런 표현이 계속됩니다.
이런 표현 자체가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게 되고, 여러가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것도 같아 문장을 더 의미있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번 후기만큼은 어째서인지 저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어쩌면 지금 제가 이 소설의 문장력에 압도당하고 잡아먹혀버려서 제 글의 모난 부분들이 눈에 띄는 바람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어느 정도의 후유증이 있는 편입니다. 내용적으로 충격적일 수 있는 소재가 많습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애써 잊고 있던 것들을 끄집어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 끄집어낸 무언가는 머릿속에 느낌표나 물음표를 지어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동시에 정신적으로 충격이 커서 좋으면서도 싫었습니다(?)
뭔가 디버프와 동시에 버프가 걸리는 느낌이고..
예술가는 미쳐있다는 말의 이유를 정확하게 알 것 같습니다.
천년 후 사람들은 과연 어떤 일에 충격을 받을지, 혐오를 느낄지, 어떤 일을 비난하고 조롱할지, 어떤 자를 미친자라고 부를지
어떤 이야기에 공감하고 무엇을 갈망할지
천년 후의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 그때에도 돈이 존재를 결정할까
…
천년 후 사람들은 지금과 완전히 다르리라 믿고 싶다.
'서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전소설] - 동물농장 (10) | 2024.10.23 |
---|---|
[소설] - 데미안 (2) | 2024.09.14 |
[자기계발] - IT 좀 아는 사람 (1) | 2024.06.17 |
[소설] - 꿀벌의 예언 (0) | 2024.06.13 |
[소설] - 엄마를 부탁해 (2) | 2024.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