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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독서토론 진행 후기

수인분당선 2023. 11. 1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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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음: 김초엽

출판: 허블

 

이번에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운영을 추진 중에 있는 다독다독 독서토론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맡게 되어 접하게 된 책입니다.
전반적으로 각기 다른 주제의 짧은 소설들이 읽기 좋게 구성되어 있고, 이전부터 현재까지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소설적으로 잘 다루고 있어 토론하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어 토론 서적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챕터는 다음과 같습니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 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프로그램에서는 책의 제목과 같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고, 주제 선정을 위해서 저는 전체적으로 책을 다 읽었습니다.


토론 진행 후기

토론은 전반은 독서시간, 후반은 토론시간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율적으로 참여자분들께서 책에 대한 궁금증이나 의견을 제시하면서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 좋았겠지만, 책에서 한 번에 질문이나 의견을 생각해서 표현하기란 쉽지 않기에 진행자인 저희 서포터즈가 직접 몇가지 질문을 추려서 진행했습니다.

  1. 제목에서 말하는 빛의 속도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단순하게 물리학에서 일컷는 빛의 속도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 빠르게 진행되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의 속도에 맞춰 따라오지 못하는 윤리적, 사회적 문제들을 말하고싶어서 이런 과학 기술의 발전을 빛의 속도라고 비유한 것 같다.
  • 주인공이 결국에는 빛에 속도에 도달하지 못하고 가족들에게로 돌아가지 못하듯이, 빛의 속도는 아무리 닿으려고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존재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첫번째 의견과 같이 단순하게 빛의 속도를 정말 그 단어 자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참여자분들의 의견을 들으며 생각보다 빛의 속도라는 것이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굉장히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사실 토론 진행 이전까지도 저는 이 챕터에 대한 애정이 크게 없었고, 대체 왜 이 챕터가 메인 표지를 차지한건지 의문이었습니다.
덕분에 아주 조금은 작가의 의도에 다가설 수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 결국에 낡은 우주선을 타고 슬랜포니아로 향하는 안나(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에 어떻게 생각하고 만약 자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나요?
  •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게 되면서, 안나는 아마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100년 정도의 시간을 들여 냉동과 해동을 반복한 것이 아까워서라도 마지막으로 슬랜포니아로 떠나볼 것 같다.
  • 안나는 이미 연구자로써 수많은 업적과 부를 쌓아올렸다. 도달할 수 없는 곳에 도달하기보다는 그 부를 누리고 사는 게 더 나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 안나가 업적과 부를 쌓아올리기는 하였지만, 책에서는 이름있는 연구자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초라한 모습이었다고 언급되었다. 이 모습을 볼 때, 안나가 계속해서 지구에 정착해도 큰 행복이나 무언가를 누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슬랜포니아로 떠나는 게 맞는 것 같다.

안나는 슬랜포니아에 가족이 있기 때문에 돌아가는 게 아닌, 자신이 삶은 사는 궁극적 목표가 슬랜포니아에 있기 때문에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어떠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내 목표가 그곳에 있다면 그곳으로 떠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굳이 슬랜포니아로 떠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죽어버렸을 가족들과 도달할 수 없는 현재상황을 고려했을 때, 슬랜포니아로 떠난다는 행위는 아무런 의미없는 자살행위라고 생각했기 떄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떠나는 안나를 보면서 '이해할 수 없지만 낭만적인 죽음'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참여자분들 중에 특히나 인생의 목표가 그곳에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안나의 행동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인생을 살아온 이유가 그곳에 있다면 그곳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한번쯤 손을 뻗어볼 수는 있으니까요.


  1. 국가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국가의 소수 시민의 희생을 강요했던 소설 속에서의 국가의 대응이 옳다고 생각하시나요?
  • 사실 내가 국가의 입장이었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내가 안나의 입장이었다면 그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질문에는 명확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 이동시간과 금액이 줄었다고는 해도 이렇게 단숨에 경로를 막아버린 국가의 대응이 너무 성급했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의 유예기간을 주거나, 성급했던 판단의 대가로 안나에게 옳은 해결책을 제공해주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런 상황이었다면 분명 안나 말고도 다른 이산가족들이 존재할 것이고, 국가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자금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국가의 입장을 생각해보면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았으면 하는 바람에 제가 넣었던 질문입니다.
생각보다 국가의 입장에서 판단내릴 수 있는 해결책이 여러가지였어서 재미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소설에서는 소설은 소설이고, 설정은 설정이니 구체적인 내용이나 사실관계들은 따로 독자들이 상상해야 하는 부분이 더러 있는데, 이 부분이 딱 그러하였습니다. 독자들의 상상의 여지를 주며 이렇게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설정적 오류나 공백은 오히려 즐거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1. 책에서 등장하는 딥프리징 기술(냉동인간)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실제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선행된 연구들이 많기도 하고, 지금까지의 기술적 발전 속도를 고려한다면 먼 미래에는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은 것 같다.
  • 해당 기술을 위해서는 임상실험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그 기술에 대한 여러가지 부작용이나 실험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서는 수십년, 수백년까지도 관찰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 점에서 실험이 너무나도 오래 걸릴 것 같다. 결론적으로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부작용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개발 과정 또한 너무나도 길다고 생각했을 때 그렇게 효율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10년, 20년과 같이 짧은 시간의 냉동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00년, 200년과 같은 세월의 냉동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외부적인 요소의 접근이 불가하도록하고, 냉동기간동안 철저하게 관리가 되어야 할텐데, 이 부분이 어렵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막연하게 미래엔 되지 않을까?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주변시설이나 관리는 수명이없는 로봇에게 시키고 잠들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그런 결론이 나왔습니다. 다양한 의견과 근거를 들으며, 충분히 그럴 만 하겠다. 라는 생각은 했지만 저는 아직까지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1. 만약 자신이 병들어있는 상태였다면 딥프리징 기술을 사용할 의향이 있나요?
  • 딥프리징 기술을 사용한다고 해도 내가 깨어났을 때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모두 죽고 없을 텐데 굳이 딥프리징 기술을 사용하면서까지 오래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내가 만약 삶을 살고싶은 목표와 욕망이 있는 상태라면, 충분히 딥프리징 기술을 사용할 것 같다. 깨어나고 치료를 받은 후에 완전히 새로운 삶을 다시 산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그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경험일 것 같다.
  • 다시 깨어났을 때 자본이나 여러가지 기초적인 삶의 토대들이 제대로 마련되었을지 확신이 서지 않을 것 같아서 딥프리징을 사용하기가 꺼려질 것 같다.
  • 큰 이유 없이 딥프리징 기술에 대한 단순 호기심으로 인해 사용할 것 같다.

이 질문에서는 각자의 삶의 가치관과 생각에 대해서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단순 호기심, 새로운 시작, 주변 인간관계, 삶의 안정 등 참여자분들이 각자의 삶에서 어떤 요소들을 가장 우선시하고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저라면 첫번째 의견처럼 제 주변 인간관계들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이 클 것 같아 굳이 프리징 기술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추가적으로 시간이 남아서 첫번째 챕터인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 다루는 큰 주제의 질문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1. 실제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장애나 유전병과 같은 선천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고 어느 정도의 실패가 존재한다고 하면 이러한 유전자 조작에 대해서 찬성하시나요?
  • 유전자 조작에 반대한다. 실제로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가 한끝차이인 것처럼 유전자를 조작하는 건 새로운 돌연변이가 발생할 확률이 너무 높다.
  • 유전자 조작에 반대한다. 유전자 조작을 하게 될 경우 남용에 대한 대처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고, 생명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 유전자 조작에 찬성한다. 현대 사회에서 지능적인 장애를 갖게 되면 본인을 포함한 가족들은 평생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우와 사례가 많다. 유전자 조작은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유전자 조작에 찬성한다. 일말의 희망을 안고 있는 자들에게 조금이라고 힘을 보탤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기술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유전자 조작에 반대한다. 생명과 인간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찬성과 반대에 대한 의견 모두 이해가 갔습니다. 저는 특히나 이 챕터를 읽으면서 계속 유전자 조작에 대해서 되뇌었던 것 같습니다. 유전자 조작이 실현되면 맞게 될 문제점과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점 중에서 더 나은 것을 계속해서 생각해봤는데 아직까지도 그렇다 할 결론이 나지는 못했습니다. 
 

토론 진행 후기

이전 학기에도 다른 책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었습니다. 그때는 소설책이 아닌 자기계발 서적을 주제로 했고, 내용 자체가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으로 독자들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한 책이었기 때문에 토론을 하는 데 있어서 조금 어려웠습니다. 의견이 전체적으로 독자와 같았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소설은 많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매 질문마다 참여자분들께서 다양한 답변과 근거를 제시해주셨고, 저 또한 그 의견들을 들어보며 새로운 시각에서 소설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진행자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토론 자체를 그렇게 반기지 않습니다. 누군가와 말을 통해 교류한다는 것이 좋은 것은 알겠지만 상대방에게 잘못된 의미 전달이 이루어진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상황을 마주하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진행을 통해 토론에 대해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항상 혼자만 읽고 생각했던 책들이 다른 시각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이 정말 재미있었고, 책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가능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언젠가 또 한 번 이런 기회가 온다면 좋겠지만 아마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최근 들어서 가장 유익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 개인 도서 후기

오랜만에 외부적인 계기로 인해 읽게 된 책입니다. 
덕분에 원래라면 잘 뽑아들지 않을 것 같은 타입의 책을 읽어보는 경험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토론에서 언급된 주제들 또한 재밌지만 다른 챕터도 뒤지지 않는 재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의 물성은 물리적으로 감정을 보고 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안정을 찾게 해준다는 내용이었는데, 정말 감정이란 것이 실체화된다면 어떨 지 고민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스펙트럼에서는 처음으로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지구인이 외계인과 수십년을 함께 지내며 그들의 생활과 언어를 차근차근 이해하게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챕터에서는 내용보다는 인상깊은 구절이나 장면이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가지 구절을 꼽자면

 처음으로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깔개 위에 몸을 뉘었을 때 희진은 문득 울고 싶었다. 
고작 그 정도의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몰랐다.
-스펙트럼 82p-

여러가지 주제들이 오랜 생각을 하게 되는 주제들이었습니다.
짧고 굵은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페이지 수나 종이의 크기, 글자수, 간격 등등 가독성이 좋게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점수를 매겨보자면
구성  ⭐️⭐️⭐️⭐️⭐️
내용 ⭐️⭐️⭐️⭐️⭐️
내취향 ⭐️⭐️⭐️⭐️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할 거리도 많고, 주제 또한 신박하고 읽는 데 지루함이 없습니다.
다만, 제 취향이 ㅎ ㅎ ㅎ ㅎ 저는 개인적으로 감정에 대한 세부적인 서술이나 깨달음, 성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들을 주로 좋아하는 편인데 해당 서적은 그런 부분보다는 상황에 대한 흐름이나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내용이 많다보니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이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한 번 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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